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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뚝이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시대가 저문 이유는 얇고 평평한 액정표시장치(LCD:Liquid Crystal Display) 패널이 상용화됐기 때문이었다. LCD는 수많은 액정(Liquid Crystal, 液晶)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패널 앞뒤로 컬러필터와 각종 편광필름, 백라이트를 배치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각 액정 소자는 박막트랜지스터(TFT) 명령(전압 인가)에 따라 분자 배열을 변화시켜가며 화면을 구현했다. 독일 머크는 세계 최대 액정 소재 공급사란 지위를 오랫동안 누린 회사였다. 현재도 전세계 액정 시장은 머크가 주도하고 있다.

다만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이 소형에서 대형 디스플레이로 영역을 넓히면서 LCD 산업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추세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헤크마이어 머크 디스플레이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은 디일렉과 가진 인터뷰에서 “머크는 (액정이라는 현실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오랜 기간 OLED 재료를 개발해왔다”면서 “실질 공급 성과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OLED와 함께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는 QD 소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에 자주 방문하나?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으나 대략 40번 넘게 온 것 같다. (코로나19 탓에) 지난 3년간 한국에 못 왔었다. 고객사 방문, 콘퍼런스 참석, 한국 내 머크 생산시설도 방문할 예정이다. 오랜만의 방문이어서 꽤나 폭넓고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은 어떻다고 평가하나?

“녹록지 않다. 여러 거시경제적 요인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위기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부정 요인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몇몇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기로 봤을 때 2년 전처럼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 궤도로 다시 올라설 것이라 믿는다. 지금 상황은 단지 일시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고객사와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머크 입장에서 한국은 핵심 국가다. 일렉트로닉스 사업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사업도 마찬가지다. 머크는 이미 30년 넘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머크는 30년 전 첫번째 연구소를 서울에 열고 여러 협력사들과 액정 개발을 선도해 왔다. 이후 몇 개의 사무실과 제조 시설을 추가했고 한국 고객사와 신뢰 관계를 쌓아나갔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산업에 있어 핵심 국가다. 모바일 같은 소형 기기 뿐 아니라 TV 분야에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개발 뿐 아니라 생산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 머크는 일렉트로닉스, 헬스케어, 생명과학 3가지 사업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또 일렉트닉스 사업 내에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안료, 특수가스 사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사업부 내 디스플레이 부문 성장성은 어떤가?

“한국 내 머크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OLED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머크는 OLED 분야에서 정공수송이나 호스트 소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이미 몇몇 제품은 공급 중이다. 또한 고효율 청색 소재 등 한층 더 앞선 소재를 개발하려고 한다. 지금은 OLED가 주력이지만, 앞으로는 퀀텀닷(QD) 소재 분야에서도 우리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본다. 물론 액정표시장치(LCD) 분야도 게이밍 모니터 등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활발하게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 〈편집자 주〉 반도체, 배터리 산업과 달리 최근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향후 지속적인 규모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재료 산업에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LCD에 들어가는 액정의 원조가 바로 머크 아닌가?

“우리가 이 분야 선구자가 맞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개발됐지만 소재 측면에서 머크는 한 일본 기업과 함께 기술을 선도했다. 스위스의 한 회사도 개발을 시도했으나 이미 오래 전 포기했다. 머크는 소재를 통해 LCD 개발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 중 하나다. 지금도 여전히 대표적 액정 소재 제조사라고 말할 수 있다.”

– 한국에선 LCD를 다 접는 분위기다. 중국 때문에… 중국 역시 OLED로 넘어가고 있다. 액정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나? 계속 성장할 수 있나? 아니면 현상 유지는 할 것이라고 보나?

“정확하게 봤다. 액정은 선구적 기술이었다. 브라운관이 들어간 부피 큰 디스플레이를 평면으로 바꾼 것이 바로 액정이다. 엄청난 업적이다. 한국은 OLED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리미엄 LCD 개발 프로젝트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도 사실이다. LCD 개발 중심 축은 중국으로 이동했고 대만도 여전히 강력하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작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렇게 4개국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할이 아주 지배적이긴 하다. LCD 시장은 최근 다소간의 하락세를 제외하면 수량 면에서 약간 성장했다. 금액 측면에서는 현상유지 혹은 약간의 감소세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머크의 액정 사업 매출도 그런 시장 흐름과 동일하게 가고 있는 것인가?

“머크 디스플레이 솔루션 매출, 즉 분기별로 공시되는 전체 사업 매출로 보면 앞서 설명한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편이다. 지금 약간 하락 상태지만 시장 회복 후 약간의 성장세로 정상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성장 동력원은 액정보다는 OLED와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이 될 것으로 본다.”

– 고효율 OLED 청색 재료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머크 OLED 사업은 현재 여러 특정 레이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OLED 패널은 10~15개의 서로 다른 재료가 들어간 스택 방식으로 구성된다. 스택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효율, 내구성, 색상, 명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중간 부분에는 발광층이 위치하는데 실제로 빛이 발생하는 마법의 층이 바로 그곳이다.

완벽한 색 구현을 위해 필요한 색상은 적색, 녹색, 청색 세 가지다. 적색과 녹색은 이미 발전 수준이 높다. 그러나 청색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청색 파장은 적색과 녹색에 비해 에너지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에너지 청색 파장은 빛을 발생시키는 분자를 열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패널 전체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인광, 초인광, 초형광 등 다양한 기술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머크도 내부 독자 연구는 물론 외부 기업과도 공동으로 최적화된 ‘패키지’를 연구를 하고 있다. 패키지라고 말한 이유는 청색 발광 소재에 호스트와 도판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매출 면에서 OLED 소재가 액정을 뛰어넘었나? 아니면 아직 못 뛰어넘은 상태인가? 혹시 못 뛰어넘었다면 어느 정도 시점에 매출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나?

“현재 머크 내 OLED 사업은 액정 사업보다 규모가 작다. 머크보다는 전체 시장 관점에서 얘기하는 게 맞겠다. 이미 1~2년 전부터 OLED 소재가 액정 소재를 앞서고 있다. 즉 시장 차원에서 OLED는 LCD를 이미 넘어섰다.

– 퀀텀닷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그쪽도 연구하는 것인가?

“퀀텀닷은 크기에 의해 색상이 결정된다. 입자 크기를 제어하는 것이 바로 화학적 공정의 정교함이다. 크기 뿐 아니라 용해 시스템에 포함된 입자 표면까지 수정해야 디스플레이 공정에 적용될 수 있다. 또 분자의 크기가 균질해야 한다. 그래야 선명하고 정확한 색이 나온다.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머크 정도의 회사라면 이 정도 복잡성에 대응할 수 있다.”

– 모든 퀀텀닷 레이어에 다 대응할 계획인가? 아니면 특정 레이어, 특정 색상에 대해서만 대응할 생각인가?

“현재는 두 가지 색상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이 아직 개발 중이므로 종국에는 1개 색상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 머크의 퀀텀닷 소재는 소형에서 먼저 적용되나? 아니면 대형이 먼저인가?

“고객사에서 받은 첫 인상은 TV에 대한 매우 분명한 ‘집중’이다. TV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 때부터 시장 반응을 살피고 기술을 개선하면서, 예를 들어 IT 쪽으로 더 갈 것인지 등 확대 방향을 결정할 것 같다. 일단 당분간 모바일 기기 쪽으로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명확하게 대형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 〈편집자 주〉 퀀텀닷의 대표적 특성은 빛이 닿으면 발광(PL:Photo Luminescence)하거나, 전기를 흘리면 발광(EL:Electron Luminescence)하는 것이다. 퀀텀닷은 재료를 바꾸지 않고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 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 즉, 양자구속 효과에 따라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파장이 짧은) 청색 빛에, 클수록 (파장이 긴) 적색 빛을 낸다.

헤크마이어 수석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재 주력 분야가 PL인지, EL인지 밝히진 않았으나 업계에선 PL부터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QLED는 모두 PL 방식을 활용한다.

– IMID 기조연설을 하러 왔는데, 어떤 주제로 발표하나?

“지속가능성이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와 현재 이미 실행 중인 노력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는 고객사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OLED의 경우, 머크는 소재 효율성을 높여 최종 디바이스의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머크는 또한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내 제조를 위한 승화정제 설비에 2500만 유로를 투자했다. 고객과 보다 가까운 곳에 직접 설비를 갖춘 것이다. 이는 운송 시간과 수송 비용을 낮추어 고객사 개발 속도를 높여준다.”

※ 〈편집자 주〉 마이클 헤크마이어 머크 수석부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8월 23일 진행됐다. 그는 지난달 23~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IMID) 2022에서 ‘진보하는 디스플레이, 진보하는 삶(Advancing Display, Advancing Life)’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글_한주엽 디일렉 기자 powerusr@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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