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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손을 들어 올리자 유리위에 복잡한 도면이 떠오른다.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손가락을 사용해 복잡한 설계 작업을 마무리 짓는 이 장면은 먼 미래 이야기는 아니다.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 사용하지 않을 때 말아 놓을 수 있는 롤러블TV가 이미 상용화된 것처럼 사용하지 않을때는 유리에 불과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와 있다.

문제는 디스플레이를 구동시키는 각종 반도체 부품들이다. 완벽한 투명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전자부품 역시 투명화 해야 한다. 하지만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반도체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메모리, CPU까지 투명화 하기 위해선 강자성(자력)까지 띄어야 해 소재 개발 난이도가 더 높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황찬용 박사는 산화물 반도체 소재에서 힌트를 찾았다. 소재에 인공적인 결함을 만들어 자성을 부여하고 투명도를 점차 확보해 나가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진행 : 디일렉 한주엽 대표

출연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황찬용 박사

-이번에 개발하는 과제가 메모리 로직 소자용 투명 강자성 박막 소재 개발이다. 어떤 것인가?

“쉽게 생각해서 영화 같은 것을 보면 향후 몇십~몇백 년 뒤의 사람들이 유리 같은 투명한 판에 무언가를 조작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유리 자체는 투명하니까 그 위에다 투명한 전자기기를 붙이면 투명한 컴퓨터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소재가 사실은 없다. 일부 부분에서는 투명화하는 작업들이 되어 있지만, 핵심이 되는 메모리나 CPU 같은 파트들은 투명 처리가 안된다. 그래서 어딘가에 숨겨놓는 것이다.

-그렇게 숨겨놓으면 되지 그것까지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지 않나?

“디자인하는 사람 측면에서 보면 어떤 부분을 까맣게 처리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큰 병목(bottleneck)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전자 부품과 기기가 다 투명하다면 아주 좋지 않겠나.”

-마지막 단에 패키징까지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

“서로 맞지 않는 두 개의 개념이 동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 그러니까 투명하려면 도체나 반도체가 돼서는 안된다. 투명하다는 것은 어쨌든 빛이 통과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빛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의 밴드갭(Band gap)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자에서 요구하는 것이 반도체성이나 혹은 도체의 성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즉 이 과제에서는 반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투명성과 반도성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어서 쉽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그 소재가 강자성까지 띄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밴드갭(Band gap) : 전도대 맨 아래 부분의 에너지 준위와 가전자대 맨 위 부분의 에너지 준위간의 에너지 차.

-강자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강자성은 자석을 생각하시면 쉬울 것이다. 자석이 강자성 물질이다. 그러니까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갖는 박막을 말하는 것이다.”

-강자성이 왜 필요한가?

“지금 실리콘을 가지고 하는 메모리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해서 트랜지스터나 이런 것들을 만들고 회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라고 하는 것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은 특성으로 업다운이라는 스핀 특성이 있다. 그런 자성 물질의 스핀을 이용한 메모리가 M램(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이라고 한다. 이미 삼성에서도 M램을 상용화해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실리콘에서 계속 스케일링해서 사이즈를 줄이다 보면 이때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 탈출구가 스핀 특성에 있지 않을까 해서 강자성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핵심적인 부분은 스핀이 업이냐 다운이냐에 따라서 시그널이 바뀌는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려니까 강자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것이다. 사실 반도성 강자성체만 해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번 과제는 투명성과 반도성·강자성 이 세 가지를 겹쳐놓은 것이다. 반도성·강자성 물질만 제대로 만들 수 있어도 스핀트로닉스(스핀+전자공학)라고 하는 스핀 소자에 매우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M램(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 자성체에 전류를 가해 발생한 전자회전(Spin)을 활용, 저항값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쓰고 읽는 비휘발성 고체 메모리.

-RFP(과제제안요구서)를 보면 1단계 목표가 투명 반도체 기반의 상온 강자성 박막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약 20년 전에 스핀 소자와 관련해서 강자성반도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졌다. 반도체이면서 강자성을 가진 것이 있으면 회로를 굉장히 쉽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응용에 관심을 두고서 한때 묽은자성반도체(Diluted Magnetic Semiconductors, DMSs) 혹은 묽은자성산화물(Diluted Magnetic Oxides, DMOs) 같은 것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했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핫한 이슈였다.”

-그 당시가 언제인가?

“그게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 그 정도일 거다. 그런데 그 주제가 거의 실패해서 지금은 그 사람들이 연구를 안하는 주제가 되었다. 자성과 반도성이 동시에 구현되는 소재가 있어야 하는데 일부 자성 소재가 이만큼 있고 또 이만큼의 반도성 소재가 있으면 자성은 보이는데 반도성도 있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 것에 사람들이 잘못 끌려서 굉장히 좋은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못내고 그 분야가 사라지게 됐다.”

-보통 전하를 이용해서 0과 1을 만들어내지 않나. 그럼 스핀트로닉스는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 것인가?

“가장 쉬운 예가 자기저항효과라는 것이다.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지 않나. 두 개의 자석이 어떤 도체나 부도체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자화(磁化)의 방향이 평형한 상태와 반 평형한 상태로 놓을 수 있는데 여기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상태에 따라 저항이 달라진다.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저항을 예를 들어 0과 1이라고 해서 그 신호를 컨트롤 하는 것이다.”

-강자성 특성을 확보하려면 도핑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도핑을 할 수도 있고 소재 자체가 자성을 갖도록 만들어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도핑(Doping) : 고의로 미량의 다른 물질을 재료에 첨가하여 그 성질을 개선하는 일.

-그 자체도 사실 어려운 얘기다.

“그러니까 그 당시에 사람들이 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다. 이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것인데 여기에 투명성까지 확보하려면 소재의 윈도가 확 줄어든다. 일단 불투명한 것은 쓸 수가 없다.”

-두툼한 것은 못 쓴다?

“두꺼운 것도 못 쓰고 투명하지 않은 것도 못 쓰는 상황이다. 투명한 소재를 쓰든지 아니면 아주 얇게 만들든지 해야 한다. 이런 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에 굉장히 더 힘든 상황이다.”

-연구는 반도체에 강자성을 띄게 만드는 것을 먼저 하는가?

“그렇다. 반도체에 자성을 띄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은 투트랙으로 준비한다. 산화물 반도체에서 시작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산화물 반도체는 약간 투명하기 때문에 거기에 강자성을 입히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두 번째 트랙은 강자성을 갖는 층간 화합물 같은 것들이 요즘 많이 연구가 되고 있는데 그 층간 화합물의 두께를 줄여서 투명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지 그 한계까지 가보는 것이다.”

-반도체에 자성을 띄게 만들면 소자의 특성이 좋아지는 것인가?

“지금 대부분의 소자들은 금속이나 실리콘 같은 것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M램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신호를 주는 파트만 자성체로 바꿔서 쓰는 상황이고 반도체와 자성체 간에 적층이라든지 결합과 같은 형태가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만약 하나가 금속이고 하나가 반도체면 금속에 있는 전자들이 이쪽으로 주입이 잘 안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 주입이 좋게 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자성반도체라는 것을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해왔지만 실패했다. 이제 여러 가지 다른 구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성을 띄는 물질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가?

“자성을 갖고 있는 원소는 철(Fe), 코발트(Co), 니켈(Ni). 이 3개가 전이 금속으로는 거의 유일하다. 그 다음에 히토류 같은 것으로 보면, 상온 거의 근방에 가는 것이 강자성체이고 나머지는 다 상자성체, 그러니까 상온에서 자성이 없는 그런 물질들이다.”

-그런 물질들을 어떤 층에 넣는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할텐데 그 자체도 어려운 것 아닌가?

“과거에 자성반도체나 자성산화물에 대한 연구가 갈륨아세나이드(GaAs) 혹은 징크옥사이드(ZnO)과 같은 산화물 혹은 반도체에 강자성체를 조금씩 넣어서 자성체의 특성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묽은’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아이디어는 굉장히 간단한 건데 만들다 보니 원소가 퍼져나가서 강자성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뭉쳐서 뭉친 부분만 자성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실패인 거다. 지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강자성체를 집어넣어서 자성을 띄게 하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산화물은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한데 결함이라고 하는 것들을 이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층간 자성체는 지금 여러 가지 형태의 시료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굉장히 얇게 해보려고 한다.”

-그런 물질들은 투명하게 만들기에 어려운 물질들 아닌가?

“당연히 투명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그나마 좀 투명한 것들인 산화물 반도체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징크옥사이드(ZnO)나 틴옥사이드(SnO2) 같은 것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그 다음에 층간 자성체는 굉장히 얇게 만들어서 투명도를 확보할 수 있는 소재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난제가 상당할 것 같다.

“산화물 같은 경우에는 결함에 포인트를 둔다고 했다. 결함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결함이다. 징크옥사이드(ZnO)에는 징크가 빠진 결함이나 산소가 빠진 결함들이 있는데 그 결함들이 강자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특성이다. 그것들을 잘 컨트롤해서 강자성에 가장 유리한 결함을 만들어주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로세스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하면 예를 들어 어떤 산화물에 자성을 갖다 찍어보면 강자성체가 아니니까 당연히 자성이 0으로 나온다. 자성 값이 0으로 나오는데 여기에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뭔가를 섞으면 이상하게 또 자성이 보인다. 그런데 그 오리진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오리진이 무언인가?

“오리진은 그 결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산화물에 다른 무언가가 첨가돼서 그 시스템이 자성을 띄게 되면 무슨 이유에서건 뭔가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즉 결함이 생기면서 그 사이트들이 자성을 띄게 된다.”

-그러면 지금 연구 방향은 그 결함이 어떤 조건에서 일정하게 생기는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 결함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강자성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그런 결함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다.”

-도전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겠다?

“방법을 알고 시작한 것이라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결함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한가?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정말 그게 결함 때문일지에 대해 확신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결국 결함을 잘 컨트롤 하면 정말 좋은 자성체를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주요 개발 과제로 나오게 된 것이다.”

-개발에 성공해서 상용화가 되면 소자에 어떤 굉장한 특성 상승이 이루어지는가?

“예를 들어 지금 M램의 경우, 자성체에는 금속을 쓰고 있고, 한쪽 방향의 스핀을 갖는 전자를 반도체에 주입하기 위해서 그 사이에 절연체를 깔고 ‘터널링’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스핀 주입 효율이 굉장히 낮다. 그것만 자성반도체로 대체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혁명이다.”

-공정이 다 줄어든다, 없어진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반도체 스핀 주입 효율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 말은 시그널 투 노이즈 레이쇼(Signal to Noise Ratio)가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임베디드 M램 쪽으로 하고 있는데, M램 같은 경우에도 STT-M램이라고 해서 R램, P램 같은 것과 함께 뉴 메모리 쪽에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잘 안되고 있다. 왜 그런 건가?

“스핀을 주입하는 효율이 문제이고 그 다음으로 디텍션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 앞으로 자성반도체가 나오면 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현재 비휘발성 메모리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고 플래시는 너무 작동이 느리다. 그래서 결국 찾은 방향이 M램이고 지금 자체적으로 스위칭 속도가 너무 느리다든지 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솔루션은 자성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과제가 정말 도전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과제 개발 기간이 5년이다.

“거의 20년 동안 계속 생각만 많이 하고 제대로 연구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난제에 관련된 과제가 나오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 5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해서 이쪽 분야에서 원하는 그런 소재를 정말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산화물을 제일 쉽게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이 ALD 기법이라 이 분야를 전공하시는 분이 두 분 합류해 있다. 또 2차원 자성체 연구하시는 분들도 함께하고 있어 과제 조합은 굉장히 잘 구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일단 박막을 한번 씌워보고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해서 결함이 있으면 어떤 조건인지 한번 살펴보고 또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어떤 조건에서 결함이 생기는지 찾아내야 하는 과정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

“그렇다. 그걸 찾고 그 결함이 결국은 강자성 특성을 줘야 하는데 여러 가지 결함이 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강자성이 제일 잘 발현되는 결함이 제일 잘 생길 수 있는 조건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계산도 열심히 해야 한다. 계산은 사실 결함을 제외하고 계산을 하면 되기 때문에 계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험으로 검증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실험적이 툴도 그렇게 많지 않다.”

정리_명진규 와이일렉 총괄 에디터 aeon@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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