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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생각했던 건 그가 쓴 칼럼 때문이었다(산업계도 인력양성에 투자해야 | 교수신문, 최고급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은 결국 기업의 몫 | 매일경제). 칼럼에는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는 주장이 담겼다. 그는 “진단이 어설펐고, 그 때문에 결과(정책)도 설익은 상태로 나올 것”이라고 정부와 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의 주장은 정덕균 서울대 교수이자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 및 수도권 반도체 관련학과 교수들 생각(尹에 반도체 중요성 설파한 서울대 석좌교수 “인력부족,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 풀어야” | 디일렉)과는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칼럼이 나오기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인력양성에 ‘목숨을 걸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인터뷰 보도가 공개되는 날(19일) 오전에도 윤 대통령은 “반도체 관련 분야 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현장 전문가들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많은 반도체 분야 교수, 기업도 이런 정책이 이뤄지길 바랬다. 조만간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정원과 관련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나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Q. 신문, 미디어에 저술 활동을 굉장히 많이 했다.

“지난 20년 동안 쓴 칼럼이 2900편 정도 된다.”

Q. 최근 어떤 칼럼에서 반도체 인력양성 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어떤 취지였나?

“그 문제가 국무회의 석상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과기부 장관이 반도체 산업계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고 대통령이 공감해서 강력하게 의지를 표시했다. 그런데 너무 설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가 정확하게 국무회의에 제시되지 않았고, 진단도 정확하지 않았다. 어설픈 진단을 근거로 해서 내놓은 대안이 너무 설익어 있었다.”

Q. 대안이라는 게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은 교육부에 ‘국가의 전략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반도체 포함)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산업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지 못하는 교육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 발언이 나올 당시 교육부에는 장관도 없었다. 대리로 참석한 차관이 엉겁결에 한 얘기가 수도권 대학 문제를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 집중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 25년, 거의 30년 가까이 철저하게 통제돼 왔다. 그걸 갑자기 ‘규제 핑계로 대통령 지시를 무시하면 어떡하냐’ 이런 방향으로 가버렸다. 그러니까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수도권 입학 정원 규제를 풀어라, 이렇게 나오고 있다.”

Q. 어떤 문제가 예상되나?

“교육부가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또는 평생 교육까지 포함해 넓은 영역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게 교육부다. 그 중에 산업인력 양성도 포함돼 있지만, 그것을 가장 중점으로 두라는 요구는 신중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 때문에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 대학 반발도 거셀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대학 총장협의회에서 교육부 장관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곧 지방 대학의 정원 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대학, 나아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린다고 학생들이 더 많이 몰려들 거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학생들 요즘 굉장히 민감하다. 입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학생들이 몰려드는 게 아니라 산업계에 일자리가 있어야지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Q. 학생들은 유망한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입학 정원을 늘린다고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최근 학령인구가 절벽이라고 표현한다. 대학 진학생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향후 20년 이내에 현재 대학 절반이 없어지고 교수 절반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과 수도권 대학 사이의 아주 첨예한 갈등 요소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저는 굉장히 걱정스럽다.”

Q. 그런 처방, 그런 진단은 어떻게 나온건가?

“교육정책, 대학정책,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를 총괄하는 그런 쪽 사람들, 소위 전문 관료들이 모여서 이런 처방이 과연 현실적이냐, 가능성이 있는 처방이냐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너무 즉흥적이면서도 성급하게 설익은 처방이 나와버렸다. 국무총리까지 관심을 보이고 해결하라 하니 새로 취임한 교육부 장관은 아마 움직일 여유가 거의 없지 않았을까.”

Q. 지방 대학 반발이 심한가?

“지금 당장 수십명의 지방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 장관에게 항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장관 취임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고, 장관이 취임하니까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담이 끝나자마자 총장들이 현수막들고 시위하는 거친 일도 벌어졌다.

더 중요한 건 문제제기가 정당했느냐라는 것이다.”

Q. 정당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지금 인력 부족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조선업도 세계 최고의 수주를 해놓고 인력을 찾지 못해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동네에 있는 조그만 음식점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서 고민이다. 농사짓는 분들도 인력을 못 구해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산업화가 이뤄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산업 인력 부족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를 제가 최근에 봤다.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는 자료일것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업인력은 10만명 수준인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파악한 걸로 보면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매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규모가 1600명이라고 한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과거 공업고등학교, 지금은 특성화고라고 하는데 고졸 인력이다.”

Q. 생산직.

“그렇다. 생산 현장에서 기계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모자라는 1600명 중 거의 절반이고, 또 나머지 절반 정도가 전문대학 출신들이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인력이 절실하게 부족하다고 거론된 분야는 이쪽이 아니다. 4년제 대학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생산이 아니라 설계, 기획하는 쪽 전문인력이 필요한거다. 그 인력은 대학 정원 늘려준다고 해서 당장 양성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최고급 인력 부족을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급 전문인력 양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문제다. 인공지능(AI) 전문인력은 자극적으로 얘기하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그런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대학 투자가 더 필요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건데 단순히 학부 입학 정원을 늘려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 대학에서 고민하는 건 이런거다. AI 전문가, 반도체 설계 전문가들이 교수 연봉 1~2억원 받고 대학에 오겠나? 산업 현장에서는 5억~10억 원을 받는 인재들인데. 현실적으로 그런 인재를 대학에 끌고 들어올 수가 없다. 그리고 AI 산업 현장에서 상당한 돈을 받는 최고급 인력이 과연 대학에 와서 교육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Q. 산업 전문가가 대학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느냐?

“산업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과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교육에는 교육의 전문성이 필요한것이다.”

Q.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반도체 설계 혹은 AI 분야 스타를 학교로 모셔오자는 요구가 실제로 있나?

“그것이 언론에 소개되는 반도체 학과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AI 첨단 반도체 설계를 가르쳐야 하는데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이 대학에 하나도 없다. ‘대학은 전부 구닥다리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지금 대학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산업 현장에 있는 기술자를 빼서 대학으로 데려다 놓는 건 결과적으로 산업계 역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대학와서 활개펴고 활동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아까 말했다시피 교육과 산업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까 첨단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를 대학으로 빼 오는 아이디어는 썩 좋은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걱정을 해야 한다.”

Q. 실제 그런 요구들이 있나?

“있다. 그런 얘기를 하는 교수들이 상당히 많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다. 그런 분들을 모셔오려면 대학에서도 그 만큼의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모든 교수가 다 같은 봉급을 받는 게 원칙이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도 원칙이다.

반도체 학과 스타 교수를 데려오기 위해 연봉을 10억원으로 올리면 그 연봉은 누가 부담하나? 제가 가르치던 화학과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가지고 반도체 학과 학생들이 혜택받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꼭 필요한 교육 인력이라고 판단되면 정부가 투자하던,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대학이 왜 반도체 산업계를 위해 그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가면서 첨단 인력을 데려와야 하나.

반도체 학과에서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수백억씩 하는 기계를 사다놓고 활용도는 산업현장에서보다 월등히 떨어질텐데, 갖다 놓고 썩히자는 얘기인가. 그 비용은 누가 내나?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거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물론 산업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교육 현장이 산업 현장하고 똑같은 그런 사회는 없다.”

Q. 그러면 어떻게 대안이 제시할 수 있나?

“우리나라가 70년대 말, 80년대부터 반도체에 투자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확실한 사실이다. 그렇게 반도체 산업계가 엄청난 수입을 챙겼다. 그런데 그들이 미래를 위해 대학 교육에 투자하는 걸 본 적 있나?”

Q. 지금 필요하니깐, 계약학과는 많이 만들고 있다.

“그게 제대로 운영될까?”

Q. 대학과 교수들이 세일즈를 엄청 하고 다니더라. 학생들 오라고.

“그게 작동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10년, 30년 후에도 반도체 산업이 지금처럼 활성화 돼 있을것인가, 반도체 산업이 쇠퇴기에 들어갔을 때도 반도체 산업계가 계약학과를 계속 운영해줄 것인가, 그래서 막차를 탄 학생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런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

Q. 그러진 않아야겠지만, 산업이 힘들어지면 계속 운영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계약학과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천년만년 호황을 누릴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계에 반도체 학과 졸업생만 필요한 게 아니다. 화학, 물리학과 학생도 필요하다. 심지어 수학과 학생도.

미국에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라는 국가기관이 있다. 보건연구원이라고 부른다. 생명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인데 아주 골수 철학자들이 모여있다. 그게 현대과학의 현장이다. 철학자들이 NIH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명과학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해준다.”

Q. 반도체 쪽에서도 소위 말하는 ‘문송이’도 필요하다는 얘기.

“문송이도 필요한 게 현대과학이고 현대기술이다. 반도체 산업이 전자공학과에만 매달려서 계약학과를 운영하면 미래가 없다. 정말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진 경영자나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반도체 산업계가 지금 정말 신경써서 노력해야할 것은 우리나라 대학 전체가 한 등급 업그레이드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건물 지어주고 계약학과 운영하는 이런 이기주의적인 방법은 안 된다. 계약학과라는 건 출발 사고방식이 꼭 사교육에 매달리는 학부모 같은 심정과 닮았다. 나는 반도체 공장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혜택 주는건 당연한데 내가 뽑을지 안뽑을지 모르는 화학과나 물리학과에 투자하는 건 원치 않는다.

반도체 산업계가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투자한다면 반도체 학과 발전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전체가 한 등급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정말 폭넓은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은 그런 면을 소홀히 해 왔다. 사교육 의존하는 학부모 사고방식을 못 벗어났다.”

Q. 일차원적이다?

“일차원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굉장히 편협한 사고를 하고 있다”

Q. 그 계약학과 들어간 친구들은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하고, 무조건 그 회사로 가야 하는 계약 조건이 있다.

“그 학생 중 대학에 와서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거 같다, 또는 내 적성에 안 맞다, 능력이 안 된다라고 한다면 기업이 그들을 책임져줄까? 학생들은 속은 것 아닐까. 기업의 화려한 장밋빛 주장에 젊은 학생들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다.”

Q. 크게 보면 반도체 인력 부족은 교육계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렇다. 반도체 산업이 잘 될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처는 대학이 가장 적당하고, 가장 쉬운 선택이다. 특성화 고등학교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계약학과를 통해) 사교육 시장에 자기 자녀들을 보내는 것 같은 사고방식을 기업 운영에 쓰면 안 된다.”

Q. 반도체 인력양성이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인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관심이 반도체로 쏠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누리호가 올라가면 또 항공, 우주 쪽으로 관심이 쏠릴 것이다. 정치인과 달리 산업계와 교육계에 있는 분들은 차분하게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단순히 반도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첨단 분야에 인력 양성이, 특히 최고급 전문 인력양성이 시대적 과제다. 이것을 어떻게 균형있게 의미있는 투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 기업 로고가 붙어 있는 건물은 지어주고, 소프트 투자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끝이 났다. 이제는 산업계에서도 대학 내실에 관련된 투자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고, 그 투자는 폭이 넓을수록 좋다. 자기 분야는 5년, 10년, 20년 지나면 쇠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 기업이 시대적 상황 변화로 방향을 바꿀 때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져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글_한주엽 디일렉 기자 powerusr@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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